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DS투자증권이 발표한 보고서는, 정의선 회장이 그룹의 ‘승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분석을 내놨다. 핵심은 결국,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 상승과 계열사들의 주가 재평가가 승계 재원 확보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DS투자증권 보고서를 중심으로, 정의선 체제의 승계 전략이 어떤 경로를 그릴 수 있을지 정리하고, 그로 인해 현대차그룹 주가와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지 전망해 본다.
왜 ‘현대모비스 가치 상승’이 승계의 출발점인가
- 현대차그룹은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circular shareholding)’ 구조를 유지 중이다. CM Asiae+2인베스트조선+2
- 이 구조를 해소하려면, 그룹의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즉 ‘존속 모비스’를 그룹의 정점으로 세워야 한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개편을 시도한 바 있다. 2018년 인적분할 + 합병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 방안이 공식적으로 추진됐던 것이다. Korea Joongang Daily+2매일경제+2
- 다만 2018년 당시 이 계획은 외국 헤지펀드의 반대, 주주 설득 실패 등으로 무산되었다. Bloomberg+2매일경제+2
- DS투자증권은 여전히 이 방식, 즉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본다. 구체적으로는:
- 신설 모비스: 부품 제조 및 A/S 사업
- 존속 모비스: R&D + 현대차 지분 보유 → 지주사 역할
- 가정 분할 비율은 6:4 연합인포맥스+1
이 구조가 실행되면, 정의선 회장이 신설 모비스 지분을 존속 모비스에 매각하면서 약 1조 원대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합인포맥스 이후,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을 매입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이 최종 목표다. 같은 보고서는 이 단계에서 약 3조 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다. 연합인포맥스+1
즉, 현대모비스의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정의선 회장이 ‘적은 지분 + 낮은 현금’으로도 실질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승계 재원 확보: 계열사 주가와 비상장 자산까지 고려된다
- 보고서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이 가진 상장 계열사 지분 가치는 약 5조 7천억 원 규모로 평가된다. 여기에 비상장사로 분류되는 Boston Dynamics 지분 가치가 약 3조 7천억 원으로 추산되면서, 승계 재원은 이론적으로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연합인포맥스+1
- 특히 계열사들의 주가가 올라가면, 이 지분들의 평가액이 커지고, 그만큼 지배구조 개편에 쓸 수 있는 실탄이 늘어난다. 즉, “계열사 주가 = 승계 자금력”이라는 연결 고리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연합인포맥스+1
- 이 같은 재원 확보가 가능해지면, 상속·증여세 부담도 희석되고(절세 여력 확보), 그룹 지배력 승계를 안정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결국, 단순한 지분 매입이나 자산 매각보다, ‘계열사 가치의 동반 상승 → 지배구조 개편 자금력 확보’라는 흐름이 훨씬 전략적이고 시장 친화적이라는 해석이다.
두 갈래 시나리오: 오토에버 지분 매각 vs Boston Dynamics 지분 매각
정의선 회장이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 현대오토에버 지분 매각 시나리오
- 오토에버는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을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다. 매각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매각을 그룹의 미래 전략에 대한 의지 약화, 또는 ‘미래 모빌리티 포기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 따라서 현실성이 낮고, 그룹의 장기 전략과도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
- Boston Dynamics 지분 매각 시나리오
- Boston Dynamics는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매각이나 자산 유동화 시 시장 충격이 상대적으로 적다.
- 동시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 재원의 핵심 옵션으로 평가된다. 조선비즈+1
- 다만, 로보틱스 및 미래 전략을 일시 후퇴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는 있다. 다만 그룹 지배 구조와 직접 연결된 계열사가 아니므로, 현실적으로는 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요약하면, 오토에버 매각은 전략적 리스크가 크고, Boston Dynamics 매각은 실질적 재원 조달 및 구조개편이라는 실리를 노리는 현실적인 선택지라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실제로 최근 들어,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시장이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감안하고 있다는 뜻이다. CM Asiae+1
- 만약 지배구조 개편이 현실화된다면:
- 현대모비스 — 인적분할 기대감으로 분할 전 주가가 고평가될 가능성.
- 현대차 / 기아차 — 지배구조 단순화 + 투명성 향상에 대한 기대 → 중장기 성장 기대치 상승.
- 오토에버 — 지분 매각 가능성이 부각되면 단기 변동성.
- Boston Dynamics — 비상장 특성상 시장 반응은 제한적.
결국 “현대모비스 가치 상승 → 그룹 전체 재평가 →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선순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특히, 이번 DS투자증권 보고서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단순한 구조개편이 아니라, 승계 + 기업가치 극대화 + 세금 부담 최소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은 과제와 리스크 — 현실화까지는 여전히 험로
물론, 이 모든 전략이 실행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있다:
- 과거 2018년 경 시도된 인적분할 + 합병 + 지분 매입 계획은 주주 반대, 해외 헤지펀드의 압박, 관련 세금 문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Korea Joongang Daily+2koreanewswire.co.kr+2
- 현재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극히 미미하다(약 0.33%). CM Asiae+1
- 또, 이번 개편 계획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감이 너무 과도해질 경우 — 즉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선반영되면, 오히려 밸류에이션 거품 우려가 생길 수 있다.
- 게다가, 비상장 자산 매각(예: Boston Dynamics)이나 계열사 지분 매각은 그룹 전략의 일부 후퇴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어떤 조합(인적분할 + 지분 매입 + 자산 매각 + 주가 재평가)을 택하느냐가 관건이며, 시장의 반응과 정부 규제, 세금 논의, 주주 설득 등이 모두 맞물려야만 한다.
결론 — 정의선 회장의 승계,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미래
정리하자면, 정의선 회장이 다음 몇 년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승계 전략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 인적분할 + 존속 모비스 중심 체제 구축
- 계열사 가치(주가) 상승을 통한 ‘자연스러운’ 승계 재원 확보
- 비상장 자산 또는 비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으로 부족 자금 메우기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단순한 ‘오너 승계’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 말 그대로 ‘레거시 재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여의치 않다면, 지금처럼 구조개편은 연기되고, 시장의 기대감만 무성한 ‘무한 루프’에 빠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재평가할 여지가 생기게 된다.